나는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을 아주 좋아했다(백종원 저격이 취미인 그분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전까지). 버라이어티 쿡방은 '백종원'이나 '냉장고를 부탁해'같은 프로그램이 원조지만 요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수요미식회가 원조다.
패널들의 세세한 음식 역사에 대한 소개나 그냥 맛있다 정도로 끝났던 음식평을 이렇게나 자세하게 할 수 있었구나 하는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는만큼 느낀다
비단 예술작품만을 감상할 때만 쓰는 말이 아니다. 요리를 맛볼 때도 표현이 풍부해지고 어떤 맛을 무엇으로 냈는지 알면 요리의 가치를 더 잘 알게 된다.
요리는 이제 굶주림을 채워주는 생존요소가 아니라 즐기고 감상하는 예술의 한 장르에 올랐다고 봐야겠다.
잡설이 길었는데 동네 상가에 있는 파스타 집이 느무느무 좋아 소개하려 한다.
세련된 익스테리어. 저렴한 가격이 눈에 띈다.
이 곳은 경의선 탄현역 위브더제니스 상가에 'La Vita'라는 가게 되시겠다. 소박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 소개하고 싶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에 비해 식기는 기대 이하다. 전혀 고급스럽진 않다. 도난 때문인가? 요즘 그런 일이 많다고 한다. 예쁜 소품을 훔쳐가는 몰상식한 행동.
로오제 파스타와 토마토 파스타.
저렴하지만 그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양까지 풍족하니 금상첨화(錦上添花).
토마토 페이스트에 직접 갈아넣은 토마토를 넣고 소스를 만들어 신선함이 느껴진다. 소스는 어딜가도 비슷하다는 편견을 깨준다. 그리고 중요한 건 면. 와.... 예술이었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일품이다. 이것이 진정한 알단테 인가요??
피자 역시 쫄깃한 치즈와 바삭한 도우가 어우러져 있고 동네피자집에서 파는 창렬한 L사이즈보다 큰 양에 감동받을 수밖에...
피자가 단돈 9900원(옛날 얘기임). 나무랄데 없는 맛과 양. 혜자 확인.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렇게 좋은 식당이 문을 닫지 않았으면 해서다. 날이 추워서인지 손님이 없었다. 덕분에 아기와 함께 식사가 가능했지만 마음 한켠에서 미안함이...
참 괜찮은 가게였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넓은 식당 면적은 좋았는데 자리가 워낙 접근성이 떨어지는 구석이었다. 안타깝다. 사장님이 이탈리안 요리사까지 데려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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