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6. 16.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저장.
6월 15일 오후 3시 32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내리막길에서 SUV 에 들이받친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 지나가던 6세 여아와 보호자인 엄마를 친 것이다. 사고 발생 11시간 후 6세 여아는 사망했다. 인터넷 기사에는 당시 CCTV 가 공개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승용차 운전자를 욕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일명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스쿨존 교통사고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던 민식이 사망사고와 비슷한 분위기다. 후에 밝혀졌지만 들끓었던 여론과는 달리 당시 상황은 운전자가 억울한 사건이었다.
부산은 기본적으로 산악지대다. 무슨 말이냐면 평지가 적고 언덕이 워낙 많아서 급경사진 내리막길이 많고 산동네도 많다는 뜻이다. 사고가 벌어진 재송동 역시 다른 도시에서는 산동네라고 할 정도로 경사가 급한 길이 많다. 사건은 주차장에서 나오던 SUV가 승용차를 들이 받으며 일어났다. 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올 때는 좌우를 신중히 살펴보고 나와야 하는데 늘 하던 습관인지 아니면 부주의 였는지 그냥 나오다가 승용차의 옆을 들이 받아 버렸다.
어떤 제보자의 차량 블랙박스를 보면 내리막길을 가던 승용차가 들썩일 정도로 SUV가 세게 들이받았다. 밖에서 보면 들썩이지만 차 안에서의 충격은 머리가 좌우로 크게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었을 것이다. 자동차 시트에는 목을 좌우로 잡아주는 장치가 전혀 없다. 거기에 창문을 닫고 있으면 차량 외부의 충격에 굉장히 큰 소리가 난다. 전방 주시하는 운전자에게 사각지대에서의 충격은 심리적 위축을 가져오고 이것은 패닉으로 연결된다. 차량끼리 충동사고가 난 후 승용차가 가속하기 시작하는데 패닉 혹은 정신을 잃은 운전자가 무의식중에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엑셀을 밟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사건은 일명 '김여사' 사건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운전자가 60대 여성이지만 신호 위반을 하거나 차선을 물고 가거나 엉뚱한 곳에서 정차를 한 것이 아니라 주도로에 나오기 전 주의의무를 하지 않은 SUV에 사고를 당한 또 하나의 희생자일 뿐이다. 운전미숙이라고 몰고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번도 사고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그렇다. 사고는 내가 예상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깜짝 놀라게 되는 거고 그에 따라 온 몸의 근육이 순간적으로 수축 이완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승용차 운전자가 악셀레이터를 밟은 것은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운전미숙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부산에서 운전해본 사람만 아는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최악의 비매너 운전을 하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급정거, 급가속은 기본이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차는 바보가 되는 곳이다. 완구용 차량 처럼 깜빡이 자리에 스티커만 붙여놨는지 부산에서는 방향지시등을 켜는 차를 찾을 수 없다(끼어들기 성공후 세레머니용으로 깜빡이를 쓰기도 함). 그래서 끼어들기는 1cm의 공간이라도 무조건 머리부터 집어 넣고 본다. 양보라도 한다 치면 뒷 차와 그 뒷 차가 10초 동안 경적 테러를 한다. 방글라데시에 살면서 지옥같은 교통난을 겪었지만 운전 습관은 부산이 한 수 위다.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2차 사고 가해자인 승용차 운전자가 욕을 먹고 있는데, 정말로 욕 먹어야 하는 사람은 무개념하게 차도로 진입한 SUV 운전자다. 그의 부주의한 운전습관 때문에 결과적으로 희생자가 나오게 되었고 억울한 사람이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부산에서 운전하는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 그들의 운전 방식은 정상이 아니다. 사나이의 운전 방식도 아니고 터프한 것도 아니다. 운전을 잘하는 게 아니라 못배워먹은 천한 방식이다.
자동차는 편리한 운송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위험한 장치이기도 하다. 운전자는 이 사실을 자각하고 운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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