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제조사 별로 똑같은 기능을 하는 부품을 부르는 명칭이 다른 경우가 있다. 조향을 적은 힘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파워스티어링이라고 하며 과거에는 엔진의 동력으로 유압을 발생시켜 힘을 얻었다. 요즘은 전기 모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Motor Driven Power Steering, Electronic Power Steering이라고 한다.
파워스티어링(파워핸들이라고도 했음)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정지된 상태에서 핸들을 돌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두 팔로 자동차 무게의 절반 이상을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반드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서 핸들을 돌려야 했다. 물론 자동변속기도 없던 시절이라 운전과 주차가 더 힘든 시기였다. 요즘은 그런 차를 찾기가 어려워졌지만...
어쨌건 요즘은 파워핸들이라고 하면 유압펌프를 생략하고 전기모터의 힘으로 조향을 돕는 방식이 대세가 되었다. 엔진의 동력을 끊임없이 파워펌프에 공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연비가 좋아지고 보다 정숙하며 세밀한 조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MDPS는 모터가 달려있는 위치에 따라 구분을 할 수 있는데 칼럼에 모터가 달려 있으면 C타입, 렉에 달려 있으면 R 타입이라고 한다. 피니언기어 쪽에 있으면 P, 직접연결이면 D라고 하는 등 앞자를 따서 구분한다.C타입은 구조변경이 까다롭지 않다. 조향핸들 밑에 모터가 들어갈 공간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R 타입은 하부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엔진룸이나 차체의 구조를 설계할 때 모터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엔진, 배기구로 부터 나오는 열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 먼지등에도 대비한 장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두 타입은 조작성 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데 젓가락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음식을 집을 때 긴 젓가락과 짧은 젓가락 어느 쪽이 세밀하게 쓸 수 있을까? 아무래도 적은 힘으로 조작할 수 있는 짧은 젓가락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칼럼에서 링크까지 거리가 먼 C 타입과 거리가 가까운 R 타입은 조작감이 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처음 시판되던 차량에서는 그 차이가 심했다. 한박자 늦은 것 같은 조향감 때문에 현대차의 C타입을 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전자장비 관련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그 차이가 점점 줄어들어 일상적인 드라이빙에서는 그 불편함을 딱히 느끼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동차를 구매하는 트랜드는 이동보다 레저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중적이고 무난한 차량을 지향하는 것으로 유명한 소나타에도 스포츠 모드를 넣고, 응답성과 운전의 재미를 높여주려 애를 쓰는 것은 이런 트랜드를 반영한 것이다. K7 역시 운전의 재미보다는 중산층의 패밀리 세단으로 수요자에게 어필했었는데 이제는 멀티플레이어로의 모습을 보여줄 모양이다.
다만 이전까지 현기차의 입장이 C타입이나 R타입이나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느끼기는 어렵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 페이스리프트 K7의 장점으로 R타입 MDPS를 내세운 것이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기차의 지적은 사실 맞는 말이다. 한 대의 차량에 두 타입 모두를 적용한 조향장치를 달고 다니며 한번씩 움직여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두달 타보면 그 차가 어느정도 성능인지, 응답성, 조향성, 시인성 모두 익숙해지기도 하고 보통은 자기 소유 차량 한 대만 운전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원가절감 때문에 C타입을 그동안 팔았지만 그 원가절감 덕을 본 것이 회사만이 아니라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일터, 현기차가 그리 욕먹을 짓을 한 것은 아니다.
현기차 옹호글처럼 마무리가 되었지만 해외에, 그것도 자동차 산업이 낙후된 곳에 살다보면 세계에 내로라 하는 자국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체감하게 되어 나도 모르게 국뽕 비슷한 기분에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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